은밀한 의미에서 그건 사랑이 아니었습니다.
그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고 그 시간들 사이로 많은 추억들을 흘러보냈으며,추억을 가슴으로 채울 수 있는 인연이었지만 역시 그건 사랑이 아니었습니다.
왜 사랑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그녀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렇게 그는 이야기했습니다.
"이 벤치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. 우린 단지 쉬었다가 다시 길을 떠날 뿐 이 벤치처럼 언제나 같은 곳, 같은 모습으로 남겨질 수 없어."
눈물을 훔치는 그녀는 이 차가운 시멘트로 만들어진 벤치를 녹일 만큼 달아올라 흐느끼지만 그 눈물의 의미자체도 언젠간 흘러보낸 추억의 일부분으로 남겨져 그저 몸이 찌릿거리는 감정으로만 재생될 것을 알기에 그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습니다.
그렇게 떠난 그녀, 그리고 그.
오늘 그는 이 곳, 교토역 위에 있는 벤치를 찾아 그녀와의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.
사랑이 아니었다해서 인연이 아닐 수 없는 그녀
함께할 수 없다해서 그 추억마저 버려질 존재가 아닌 그녀
허공을 가르는 잿빛 연기 사이로 그녀의 추억을 한 줌 뿌리며 그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. 그건 사랑이 아니었지만 분명한 것은 오직 그녀만이 그에겐 평생 안고 가야 할 추억이자 선물이라는 말을 저기 저 시멘트로 만들어진 이름없는 벤치에게 건네고는
그렇게 말없이 떠나갑니다.
은밀한 의미에서 그건 사랑이 아니었습니다. 사랑이 아니었지만, 정말로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녀말고는 다른 사람과의 추억을 만들 수 없는 그는 그렇게 말없이 떠나갔습니다.
2009 교토역 가장 높은 자리,교토,
나도 저 벤치위에서 지나간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고백하다.
나도 저 벤치위에서 지나간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고백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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